Midjourney​잘나가는 GPT 광고 회사에서 기획자로 일했던 이서는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작은 웹디자인 회사를 차렸는데 오픈 후 1년 만에 3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서의 주변 친구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1인 기업이었으며 디자인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육아맘 세정은 둘째 아이를 낳은 뒤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시간에 허덕일 거라 생각했지만 세정은 취미로 DIY를 시작했다. 간단한 인테리어 소품을 직접 만들었는데 주변 반응이 너무 좋아서 '셀프 인테리어'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하게 되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려면 더 이상 여유가 없을 텐데 최근에는 지역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셀프 인테리어 강좌를 맡아 새로운 수입도 생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대기업 인사팀에서 GPT 일하는 선우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신입 채용에 입사지원자가 1,000명이 넘었는데 그 많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혼자서 평가해야만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이 정도 규모면 10명의 심사위원이 이틀 동안 평가를 해야 해결할 수 있는 분량인데 혼자서 감당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를 걱정하던 인사팀장은 어쩔 수 없이 서류평가 기간을 늘리려고 했는데, 정확히 3일 후에 평가 결과를 가져온 선우를 보고 놀라고 말았다.​벌써 다했다고? 평가를 그렇게 대충 하면 안 돼​저, 대충 하지 않았습니다.​믿을 수 없었던 인사팀장은 선우가 제출한 평가표와 자기소개서를 대조해 보기로 했다. 자기소개서 평가는 심사 항목에 따라 A, B, C, D 등급으로 평가해야 한다. 가장 최고 등급인 A등급은 최우수자에게 GPT 부여하며 전체의 5%를 넘으면 안 된다. 그 이하인 B, C 등급도 요구하는 수준에 맞게 부여해야 하며, 최하위 등급인 D 등급을 부여했을 때는 그 이유까지 작성해야만 한다.​평가표를 살펴보던 인사팀장은 선우가 평가한 결과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10명의 심사위원이 평가했을 때보다 결과가 균등하고 적절했으며 D 등급을 부여한 대상자와 그 이유까지 매우 논리정연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3일 동안 미친 듯이 야근이라도 한 걸까?​​갑툭튀 슈퍼 히어로​요즘 우리 주변에 갑작스러운 능력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들은 그 이유를 얘기하지 않지만 그들끼리는 그 이유를 안다. 바로 AI 덕분이다. 2025년 6월 기준, 대한민국에서 상용화된 AI 모델이 100개를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GPT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AI 툴은 이미 수천 개가 넘었다.​ChatGPT는 그중 가장 범용적이고 많이 사용되는 AI 툴일뿐이다. 그 외에도 디자인에 최적화된 AI라든지, 유튜브 채널 운영에 최적화된 AI도 있다. 앞서 1인 기업으로 성공한 이서의 경우, 이미지 생성과 디자인을 도와주는 피그마(Figma)와 미드저니(Midjourney)를 주로 활용했다. 물론 ChatGPT는 기본이고, 그 외에도 톰(Tome), 감마(Gamma), 뷰티플 AI (Beautiful AI) 등 사용하는 AI 종류만 7~8개 정도 된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1인 기업이지만 여러 명의 몫을 한꺼번에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놀라운 점은 GPT만 유료(월 20달러)로 사용할 뿐, 나머지는 전부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두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 세정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을 시간도 부족한 게 GPT 현실이다. 하지만 ChatGPT의 음성인식 기능 덕분에 노트북으로 타이핑할 필요가 없어졌다. 심지어 요즘 GPT는 눈도 달렸다. 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실내 공간을 보여주면 GPT가 공간을 분석해 인테리어 작업을 도와준다. 육아맘 세정은 GPT의 눈과 귀를 이용해 신출귀몰하는 AI 파워유저였다. 이제는 다른 AI에도 눈을 돌려 하나씩 습득해 나간다. 그리고 하나씩 습득할 때마다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두 아이도 AI한테 맡겼는지도 모르겠다.​인사팀 선우는 이서, 세정과 비교하자면 가장 기본적인 수준이다. 고작 GPT 하나만 활용했을 뿐이다. 평가해야 할 자기소개서가 천 개든 만 개든 사실 중요치 않다. 작업하기 위해 3일도 필요 없다. 솔직히 말해서 GPT에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결과를 점검하기까지 20~30분이면 GPT 충분하다. 평가해야 할 기준과 조건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AI가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뿐이다. 그럴수록 사람이 작업하는 게 오히려 노이즈를 발생시킨다. '휴먼 에러'는 인간이 잡을 수 없는 영역이다.​이렇게 GPT를 좋아하고 잘 활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GPT는 이미 대중적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인식은 양가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커닝'이라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일자리를 빼앗는 '대체재'라 말하며 경계한다. 실제로 어떤 조직은 GPT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하며, 대학에서는 AI 사용 여부를 명시하게 한다. GPT를 쓴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감안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들이 GPT를 '몰래'쓴다. 나는 이런 현상을 GPT 가리켜 '샤이 GPT'라고 부른다.​​Midjourney​'샤이'는 곧 사라진다​'샤이 GPT(shy GPT)'란 GPT를 남몰래 쓰는 사람, 또는 그런 현상을 가리킨다. GPT는 이미 대중적이지만 각자가 처한 환경, 여건, 입장에 따라 말하기가 꺼려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샤이 GPT'가 돼버린다. 샤이 GPT는 혼자일 때 조용히 작업하며, 자기와 똑같은 '샤이'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협업하며 역량을 극대화한다. 만약 기업에서 한 조직 전체가 그렇게 바뀐다면 다른 조직은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그렇다고 모두가 샤이 GPT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들 사이에선 GPT의 사용이 이미 개방적이고 보편적이다. GPT 만큼 코딩에 최적화된 툴도 없기 때문이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바이브 코딩'은 이미 업계에서 대세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 : GPT GPT와 같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코드를 작성하는 새로운 개발 방식​샤이 GPT는 이 시대에만 존재하는 현상은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새로운 기기'가 처음 등장할 때마다 '샤이'현상이 있었다. 전자계산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워드프로세서가 필기를 대체했을 때도. 인터넷 검색이 사전을 밀어낼 때도 선두적인 사용자들이 남몰래 '문명의 최첨단'을 조용히 경험했다. 한편으론 우리는 그들을 가리켜 '얼리어답터'라 부르기도 했다.​기술은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익숙해진다는 건 곧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전자계산기는 교실에, 워드프로세서는 책상 위에, 인터넷은 손바닥 안에 들어왔다. '샤이'했던 GPT는 곧 그냥 GPT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기술이 우리를 바꾼 게 아니라, 기술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GPT 우리를 바꾸었다는 걸.